지난 세 번의 독일행은 번번히 하이잭 당해 엉뚱한 곳에 불시착하고 말았으니, 이번엔 꼭 독일에 가고 말리라는 다짐을 하며 출발. 오늘의 추천 항공사는 1988년 설립되었다는 독일 명품 브랜드 론델이다. (그냥 나오는 대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판매자가 하시는 말씀입니다)
일단 '이번엔 왜 론델 항공을 이용하게 되었나?' 그 동기를 밝히자면 분명히 독일어로 Röndell이라고 써있는데 한글 표기가 론델이기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뭐가 문제냐 궁금하시다면, 해외 축구 매니아인 친구의 앞에 가서 이렇게 말해보자. "야, 거기 그 아스날에서 뛰는 오질(Mesut Özil)인가 독일 선수있잖아?"... 친구의 싸늘해져가는 시선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질 아니죠. 외(Ö)질입니다. 론델 아니죠. 뢴(Rö)델 입니다.
탑승 수속도 하기 전에 뭔가 수상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아무튼 출발~
다나와에서 '독일 론델'을 검색해보았다.
http://search.danawa.com/dsearch.php?k1=%B7%D0%B5%A8+%B5%B6%C0%CF&module=goods&act=dipsomania
검색 결과 13건에, 등록일이 모두 2013년 10월 이후다. 아직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상 독일 명품이란 말이렸다. 이런 숨겨진 명품을 찾아 쓰는 것이 명품 헌터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심지어 명품 치고는 MNW(http://otakomori.tistory.com/527)와 달리 가격마저 합리적이어서 더욱 좋다. 아유~ 기특하기도 하지. 링크의 아무 상품이나 클릭해서 들어가서 상품 설명으로 론델의 훌륭함을 더 알아보자.
(상품 설명 스샷 생략)
일단 이 독일의 명품은 실버스타 인터내셔널 그룹이라는 세계 27개국 유명브랜드의 최고 스테인리스 쿡웨어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만든다고 한다. 이 브랜드는 1988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주방 용품 전문 브랜드로, 세계 유수 디자이너 컬렉션 제품으로 주방을 넘어 디자인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있으며, 독일 및 러시아, 미국, 홍콩 등에서 만나보실 수 있댄다. 엇.. 기펠(http://otakomori.tistory.com/532)의 데자뷰가...
일단 제조사 실버스타인터내셔널, 수입원 (주)실버스타코리아이니, 실버스타인터내셔널부터 찾아가보자. 다나와 제목 줄에도 브랜드보다 먼저 나오는 회사 이름이니까... 이 회사 홈페이지는 간단한 구글링으로 찾을 수 있다.
http://www.silverstar.hk/silverstar/Company_Info.html
회사 소개를 간단히 요약하면,
실버스타 그룹은 스테인리스, multi-ply, 각종 알루미늄 주방용품 제조에 특화된 회사이며,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등 전세계 메이저 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중국에서 가장 큰 주방용품 공장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OEM 제품 공급처이다.
라는 것이고, 이것은 우리가 상품 설명에서 본 실버스타의 설명과 일치한다. 이 회사의 조직 구성은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http://www.silverstar.hk/contact/Contact_Us.html
그 세 파트는 1) 홍콩 본사, 2) 중국 공장, 3) 한국 지사......;;; 저기 얼핏얼핏 보이는 Boram World Ltd.나 Boram Kitchenwares Factory Ltd.의 Boram은 절대 한국어가 아닐거야. 비록 CEO가 티모시 김씨고, 디렉터 중에 김보람씨가 있다해도 말이다. 그리고 한국 지사명이 실버스타 코퍼레이션이고, 홍콩 본사명이 실버스타 인터내셔널인건 그냥 우연이겠지.
그럼 이번에도 소스를 까볼까? 이번엔 스타일 시트를 분리해 놨지만 나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다.
http://www.silverstar.hk/css/common.css (UTF-8 인코딩이다)
굴림. 굴림! 오로지 굴림!!
이 홍콩 본사의 홈페이지는 주소도 홍콩 도메인이고, IP도 홍콩 IP 맞지만, 내용물은 한국인이 만들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한국인만 보라고 만든거나 다름이 없는 저 폰트 패밀리! 굴림 외의 다른 폰트는 끼어들 자리도 없는 오직 (Gulim도 아닌) "굴림"! 주석까지 친절한 한국어! 세계적인 회사의 이 지독한 한국사랑!!
각설하고, 명품의 생산이 중국인 건 이 업계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경제의 메가 트렌드다! 거듭 말하지만 아이폰도 중국에서 생산하지 않는가! 서둘러 넘어간다.
그러고보니 론델, 독일 미국에도 잘 팔린댔으니까 아마존 검색... ...없... ...
오늘의 비행은 어쩐지 금방 도착할 것 같다. 더이상 경유지 빙빙 돌지 말고 직항으로 25년 역사의 독일 명품의 과거를 알아보기로 하자. 이제는 익숙한 독일특허상표청 조회 결과.
https://register.dpma.de/DPMAregister/marke/registerIR?AKZ=915024
이 상표는 독일 내 출원된 상표도 아니다. 2006년 11월에 러시아에서 출원되었고 현 소유자 역시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OOO '비지니스-얼라이언스'라는 특이한 이름의 회사다. 잠깐, 그러면 1988년에 만들어졌다는건 뻥인가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https://register.dpma.de/DPMAregister/marke/register/397034857/DE
Küchen Rondell (영어로 키친 론델)이라는 상표가 독일 베를린 소재의 회사에 의해 1997년 1월 출원되어 2007년 2월 상표권자의 요청에 의해 취소된 기록이 있다. 이 때는 정확하게 (뢴델이 아니라) 론델이었던 것을 보면 1988년에 시작되었다는 론델이란 아마도 이걸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1988년은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위의 두 상표는 2006년 11월 출원, 2007년 2월 취소로 시기가 겹치는 것으로 보아 브랜드를 인수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 독일 명품 론델은 태어나고 9년간 등록되지 않은 상표로 살다가 1997년에야 호적에 오르고 다시 9년 후인 2006년 러시아에 입양되며 뢴델로 개명까지 당한 셈인데, 명품 브랜드를 사다가 브랜드명을 바꾸는 건 대체 뭐지?? 이 두 아이의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이 어느 정도일지는 어림 짐작만 할 뿐이다.
참고로 저 이상한 이름의 러시아 회사를 조금 더 부연 설명 해보자면 현재 Röndell과 VITEK 두 개의 상표를 보유하고 있고, (http://www.trademarkia.com/company-ooo-businessaliance-3301851-page-1-2) 이름 앞의 OOO는 러시아어로 Общество с ограниченной ответственностью, 영어로 치자면 'Ltd.'에 해당한다. (참고: http://forum.wordreference.com/showthread.php?t=478518) 즉, 회사 이름이 Business Alliance, Ltd.라는 얘긴데, 이름을 구글링 해봐도 부동산 임대 개발하는 회사만 나오고 어떻게 보아도 진지하게 주방 용품 사업을 하는 회사 이름 같아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착각이렸다!
아, 오늘의 독일행도 러시아-중국(??) 연합군에 의해 하이잭. 기펠 때도 그랬지만 러시아 불곰 형 누나들 정말 독일 사랑한다. 꼭 한국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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