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특촬물을 본 적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애니메이션 기본 소양과 로봇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데 큰 무리가 없다. 반면 위에 언급한 장르들을 '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것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은 퍼시픽 림을 멀리하기를 권한다.
제작에 참여한 사람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감독이고, 배우들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억도 별로 없는 사람들 뿐인데다, 세트도 제작비나 참여 회사들의 이름값에 맞지않게 CG티가 팍팍 나니 여러모로 B급의 향기가 난다. 하지만 괴수 로봇물은 태생이 B급 아니던가.. 사람은 엑스트라니까 괴수랑 로봇만 잘 뽑아주면 된다.
로봇은... 어쨌든 크다. 이 산만한 덩치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힘들 것 같은데, 이 로봇들의 주전술은 입식타격기다. 괴수를 얼려서 부실수도 있고, 태워서 죽일수도 있고, 플라즈마 캐논도 있고, 미사일도 있고, 체인소드도 가지고 다니지만 주무기는 맨주먹이다. 일단 마주치면 몸빵으로 시작해 절체절명의 순간에야 '너는 매뉴얼을 안 읽어서 몰랐겠지만 사실 이런 것도 있다'면서 무기를 동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역시 상남자다... 울트라맨이야. (하지만 이 대사를 친 사람은 여자란)
영화 내내 어딘지 익숙한 것들이 많이 보인다. '용어만 다르지 저건 xxx의 yyy잖아!'라는 것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코지마 히데오의 말처럼 '일본이 기다려온 궁극의 오타쿠 헐리웃 영화'인만큼 깔린 익숙한 것들 때문에 아주 비논리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알고보면 웃으며 볼 수 있지만, 모르고보면 천하의 개쓰레기 영화가 될 수 밖에 없다.
상식적인 사람이 가지게 되는 소소한 의문의 예를 들자면 이런 것..
1. 고층건물을 가벼운 꼬리 스냅으로 부수는 괴수를 막기 위해 철골 구조물 벽을 세우는 바보가 국가원수들..
2. 설정상 7000톤인 집시 데인저를 치누크 헬기 몇 대에 와이어로 매달아 공수하는 쿨함..
3. EMP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자칭 아날로그 로봇에 장착된 '음성 인식 컴퓨터'!
4. 사냥꾼(예거)이 괴수를 잡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괴수가 사냥꾼 앞에 잡히러 오는 지나친 친절함
영화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어 보긴 보겠지만 나중에 집에서 보는 것을 선택한다면 그건 잘못된 선택이다. 이 영화는 큰 화면으로 보지 않으면 잃는 것이 너무 많다. 극장에서 자리를 잡을 때도 평소 선호하는 좌석보다 2열 정도 앞으로 이동할 것을 권한다. 시야를 꽉 채우는 크기로 봐야한다. 화면 구석구석까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놓치게 될 중요한 디테일 같은 건 애초에 없으니까 안심.
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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