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맨, 윤아는 어디로 가나...

MBC 드라마 "9회말 2아웃"에서 싸가지 고교생 인터넷 소설가로 열연했던 윤아. "다시 만난 세계"로 공식적인 소녀시대 활동을 시작하던 때와 겹쳐서 출연한 드라마였음에도 의외의(?) 연기력을 선보였던 게 벌써 2년전. 다만세가 당시 워낙 마이너하게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사람들이 미처 주목할 틈이 없긴 했지만.

종영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의 장새벽 연기는 나아진 것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애매함이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맡은 역할이 고아라는 것 빼고 어디 하나 빠지는게 없는 지나치게 바람직하고 완벽한 캐릭터였는데, 평균 이상으로 예쁜 인간들은 착하고 잘난 연기 해봤자 연기가 아니라 생활로 보이다보니... 게다가 상대역 남자 주인공이 요즘은 아예 예능 가서 헤매고 있는 붕가재정이어서 상대적으로 빛나기 쉬웠던 탓에 신인상까지 탄 윤아의 연기라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하긴 참 힘들지 않았나 싶다.

그리하여 (까메오 출연한 박정금 제외) 세번째 드라마 출연작인 MBC 수목드라마 "신데렐라맨"인데...

음... 새벽씨 거기서 뭐하십니까... 캐릭터는 바꾸고 나오셔야죠.
프랑스 유학파에 부모님 사랑받고 자란 아가씨가
옷은 왜 그리 수수하시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신 겁니까.
지금은 유부녀도 아니고 공부도 덜마친 학생 신분이신데
아버지를 잃고 집이 망해버린 상황 속에서도 언뜻언뜻 비치는
약간은 철없는 생기발랄함 기대하면 안되겠습니까.
내 평생에 그렇게 프레젠테이션 못하는 디자이너는 처음 봤습니다.
독학으로 올라온 것도 아니고 엘리트 예술가라구요.
잘 나가는 설정이잖아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구박뎅이 며느리를 재투성이 신데렐라로 재활용하지 말고.

그리하여, 신데렐라맨은 권상우 원맨 드라마로 낙찰.
제목이 '맨'인데다 1인 2역까지 하고 있으니 당연한 얘기.
권상우 연기도 식상하기로는 지지 않지만 두 몫하고 있는 걸로 봐준다. (발음만 좀..)

너는 내 운명은 죽으나 사나 스토리의 중심에 윤아가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연기 초보 윤아에게는 편한 자리였지만, 이번엔 전혀 그렇지 않다. 이준희와 오대산, 두 권상우 사이에서 진행될 이야기 속에서 윤아는 그저 짐이 됐다 도움이 됐다 오락가락하다 아마도 마지막엔 사랑하네마네하며 끝날텐데, 이런 역할에서 지금처럼 대충 연기했다간 어떻게 되는지는 食客의 남상미가 아주 잘 보여주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이번에 상대해야 하는 한은정은 김태희 표정 연기를 자랑하던 공현주와는 격이 다르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남자 주인공(들)과 여자 악역 사이에서 잡아 먹히고 비중 줄어들기 딱인 것이다.

Gee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 소녀시대 활동도 상당부분 희생하며 촬영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2화에서의 윤아의 연기는 아주 실망스럽다. 지금의 연기로만 본다면 전작에서와 이번 연기 모두 그저 '소녀시대 윤아' 위에 드라마 캐릭터를 얇게 코팅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작은 첫 주연이었고 시청자에겐 그 자체로 신선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이번엔 같은 식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공식 음반 활동이 끝나고 휴식기에 들어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진짜 서유진'이 되어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